[전원생활 12월호] 혈액순환 장애 예방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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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순환 장애 예방 방법? 음식, 운동, 생활습관을 점검하자 <전원생활 12월호>에 실린 칼럼입니다. 어느새 올해 달력이 딱 한 장 남았고 해가 지나면 또 한 살을 더 먹게 된다. 한겨울이 되니 몸은 더 움츠러들고 체중은 슬금슬금 늘어만 간다. 나이 들면 추울수록 혈액순환에 어려움을 겪는다. 평소 적정 체중 관리와 꾸준한 운동, 건강한 식단으로 혈관을 관리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한다. 글 문현주(움여성한의원장)
꼭 필요하고 소중한 것을 말할 때 ‘피처럼 귀하다’는 표현을 쓴다. 혈액은 생명을 유지하는 필수 성분으로 우리 몸을 구성하고 운용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물질이다. 혈액은 그물망처럼 연결된 혈관을 통해 이동하면서 몸 구석구석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받아 배출시키며 호르몬 운반, 체온 유지, 외부 병원체 방어 등 생명 활동에 꼭 필요한 중요하고 다양한 역할을 담당한다. 피가 원활하게 전신을 돌며 필요한 곳에 적절히 공급돼야 건강하지만, 잠시라도 기능을 중단하거나 혈액 손실이 크면 몸은 위험에 빠진다.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각종 통증의 원인
혈액이 우리 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여러 일을 하는 만큼 혈액순환장애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도 다양하다. 흔히 손발이 붓거나 고무줄로 꽉 묶어놓은 것처럼 저린 느낌이 있을 때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거 같다고 많이 호소한다.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 있거나 자는 동안 또는 자고 일어난 직후, 추운 날씨에 증상이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또한 허리, 어깨, 팔다리 통증 등 모든 통증은 어느 정도 혈액순환장애와 관련이 있다. 한의학에서는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불통즉통: 不通卽痛)’와 ‘영양공급을 제대로 못 해주면 아프다(불영즉통: 不營卽痛)’ 등 통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혈액순환 장애를 꼽는다. 피가 통하지 않아 세포, 조직, 근육, 기관 등에 제대로 영양을 공급해주지 못하면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월경통, 난임 등 여성질환의 주범 ‘수족냉증’
한여름에도 양말을 신어야 할 정도로 손발이 찬 수족냉증도 혈액순환 장애와 관련이 있다. 손끝과 발끝까지 피가 잘 돌지 않으면 말초의 체온이 중심보다 낮아지고 감각 이상이 나타난다. ‘여자는 손발이 따뜻해야 병이 없고 손발이 차면 임신이 잘 안 된다’는 속설이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오랫동안 난임 환자의 임신을 돕는 치료를 해온 경험으로 보면 손발이 차다고 임신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난임 여성 중에 수족냉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유독 많다. 수족냉증 여성은 대부분 하복부 냉증을 함께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자궁과 난소가 있는 복부 혈액순환이 안 되면 월경통, 월경불순, 냉대하 등이 발생하기 쉽고 임신이 잘 안 된다. 따라서 피를 맑게 하고 혈액순환을 돕는 한방치료가 수족냉증을 개선하고 임신에 도움이 된다. 양방에서도 아스피린 등 혈액순환을 돕는 약물을 난임이나 반복유산 치료에 사용한다.
나이가 들면 가장 주의해야 할 ‘뇌졸중’
뇌졸중은 혈액순환장애로 발생하는 여러 질환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질병에 속한다. 뇌에 있는 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지는(뇌출혈) 경우를 뇌졸중이라고 하며 흔히 ‘중풍(中風)’이라고 부른다. 뇌졸중은 갑자기 찾아오는 것 같아도 손발 저림, 두통과 어지러움 같은 혈액순환장애 전조 증상이 경고처럼 미리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팔다리의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지고 어지러움이나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찾아가 진료를 받아야 한다. 뇌졸중은 암에 이어 우리나라 사람의 사망 원인 두 번째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고 위험한 질환이다. 다행히 고비를 넘기더라도 반신불수, 보행 장애, 언어 장애 등 평생 후유증이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뇌혈관 질환은 뇌 조직의 손상을 가져와 혈관성 치매를 유발하기도 한다. 중풍과 치매는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독립적인 생활을 방해한다. 나이 들면서 가장 피하고 싶은 대표적인 질환이 뇌졸중이며, 평소 혈액순환 관리를 잘해서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한의학적으로는 비만한 태음인이나 다혈질 소양인에게 중풍이 발생하기 쉬우므로 평소 건강과 스트레스 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기와 혈이 약해지면서 발생하는 ‘어혈’
한의학에서 혈(血)은 기(氣)와 더불어 인체의 기능을 주관하는 가장 중요한 양대 산맥이다. 기가 가볍고 빠른 에너지로 양(陽)의 영역에 속한다면, 혈은 형체를 이루는 영양성분으로 음(陰)의 영역에 속한다. 기와 혈은 서로 다른 특성이 있지만 긴밀히 협조하면서 우리 몸의 건강을 유지한다. 피는 생명유지에 필요한 영양을 공급하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지만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다. 피를 밀어주는 힘이 기이고, 기가 멈추면 혈도 멈춘다. 오장육부 중에서는 간, 비, 심 등의 장부가 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심장은 혈을 주관하여 피를 전신으로 보내며 간은 혈을 저장하고 비장은 피의 운행을 통솔한다. 장부가 기능을 제대로 못 하고 피의 조력자인 기가 너무 허약하거나 정체되어 피를 밀어주지 못하면 혈액순환 장애가 생긴다. 혈액순환이 안 될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병리 현상이 바로 어혈(瘀血)이다. 피가 원활하게 순환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나타나는 증상을 어혈이라고 하는데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 멍이 들거나 저린 느낌, 월경혈에 섞인 덩어리 피 등이 어혈의 징후이다. 혈액순환 장애로 생긴 어혈은 그 자체로 피의 순환을 막는 병리물질이 되어 증상을 더욱 악화시킨다.
혈액순환 방해 원인 찾아 치료하는 게 중요 건강을 지키고 질병을 예방하려면 어혈을 잘 풀어주고 피가 잘 흐르도록 해야 한다. 무조건 혈액순환제를 사용하기보다는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근본 원인을 찾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운이 없으면 기가 피를 밀어주지 못해 혈액순환이 안 된다. 이럴 때는 과도한 운동보다는 잘 쉬면서 인삼, 황기 등 기운을 보강하는 한약재를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피를 밀어주는 힘인 기가 소통되지 못하고 꽉 막히면 혈액이 멈추고 어혈이 생긴다. 이를 기체혈어(氣滯血瘀)라고 하는데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나서 혈전이 뇌혈관을 막거나 터뜨려 발생하는 뇌졸중이 기체혈어로 인한 대표적인 질환이다. 움직이지 않고 앉아서 생활하는 현대인의 생활방식도 에너지 소통을 방해한다. 기체로 유발된 혈액순환 장애가 있을 때는 기운의 소통을 돕는 향부자, 귤피 등을 차로 끓여 수시로 마시면 도움이 된다. 습담(濕痰)이라고 하는 노폐물이 많이 쌓여도 혈액순환이 잘 안 된다. 중성지방이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지나치게 높거나 비만, 고혈당, 고혈압 등 대사증후군이 있다면 습담을 제거하고 피를 맑게 하는 한방치료를 받으면 피가 맑아지고 체중도 줄어드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 또 피는 차가운 기운에 상하기 쉽다. 평소 찬 음식을 많이 먹거나 추운 환경에 자주 노출되고 몸이 찬 사람은 월경통 등 어혈로 인한 증상이 자주 발생한다. 게다가 추운 날씨에는 혈관이 수축하여 좁아지므로 수족냉증, 손발 저림, 통증 등 혈액순환 장애 증상이 더 심해지고 뇌졸중 발병률도 다른 계절에 비해 뚜렷이 높다.
혈관을 깨끗하게 해주는 올바른 식습관과 음식
평소 혈관을 깨끗하고 탄력 있게 관리해야 혈액순환이 잘된다. 혈관벽이 딱딱하고 좁아지는 동맥경화가 생기면 혈압이 높아지고 피가 제대로 흐르지 못한다. 나트륨 함량이 높은 짠 음식이나 기름기가 많은 음식, 설탕, 밀가루 등 고탄수화물 음식, 인스턴트 음식은 될 수 있으면 피하도록 하자. 짜게 먹기 쉬운 찌개나 국 등은 줄이고, 기름에 튀기고 볶은 음식보다는 찌거나 데친 요리가 혈관 건강에 좋다. 미역은 어혈을 제거하고 피를 맑게 하는 작용이 있으므로 혈액순환 개선에 도움이 된다. 연어는 고단백 저칼로리 음식으로 체중 감량에 도움 되고 불포화지방산인 DHA와 오메가3가 풍부해 혈전을 방지하고 혈관을 깨끗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들기름, 참기름, 올리브유, 견과류 등 불포화지방산을 많이 함유한 음식은 건강에 해로운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를 낮춰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채소, 과일 등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면 독소를 외부로 배출해 피를 맑게 유지할 수 있다.
혈액순환 돕는 유산소 운동과 스트레칭
기가 흘러야 피도 순환하므로 몸을 움직이고 운동을 하는 것은 혈액순환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10분 이상 같은 자세로 있지 말고 수시로 움직이자. 업무상 계속 앉아서 일해야 하더라도 틈틈이 발목을 돌려주거나 스트레칭을 하고 잠깐씩 서서 일 하는 것도 좋다. 하루 7시간 이상 앉아있는 경우 추가 한 시간마다 조기 사망률이 5%씩 증가한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하루 30분 이상, 주 3회 이상 걷기, 조깅, 수영 등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면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 요가나 필라테스 등도 전신 근육을 이완시켜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좋은 운동이다. 손발이 시리고 자주 저리다면 등을 바닥에 대고 똑바로 누워 팔과 다리를 하늘을 향해 쭉 뻗어 올린 후 가볍게 흔들어주는 모관운동을 수시로 하면 증상 개선에 효과가 있다. 몸이 허약하여 혈액순환이 안 되는 기허(氣虛)형이라면 과격한 운동보다는 가벼운 스트레칭 정도가 좋다. 혈액순환 개선에 운동이 좋다 하지만 추운 날이나 너무 이른 아침 운동은 피해야 한다. 갑작스럽게 차가운 기온에 노출되면 혈관이 좁아져 혈액순환 장애가 심해지고 뇌졸중 발병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원활한 혈액순환을 돕기 위해서는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지나치게 받으면 기가 막혀 피를 밀어주지 못하고 기가 위로 상기되면 뇌혈관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평소 혈압이 높고 얼굴이 쉽게 붉어지며 비만 체질에 가슴 두근거림이 자주 있다면 마음을 다스리는 이완 호흡과 명상 등을 통해 자율신경을 안정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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