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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칼럼
[전원생활 10월호] 현대인의 고질병 '비만'
  • 관리자 /
  • 2017.09.27

[전원생활 10월호] 

현대인의 고질병 '비만' 

체질에 맞는 운동과 식습관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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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고마비의 계절, 말만 살찌는 것이 아니라 사람도 몸무게를 살펴봐야 한다.

과체중이나 비만은 건강을 해치고 온갖 질병의 원인이 되므로

건강한 식단과 운동, 생활 관리 등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무리 애를 써도 살이 빠지지 않으면

허약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대사 장애를 겪고 있을 수 있다.


글 문현주(움여성한의원장)



비만은 많은 현대인이 겪는 특이적 질병이다. 비만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의 질병만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과체중 또는 비만에 속하는 사람이 10억여 명에 이르고 있다. 아시아, 남미, 남태평양 지역의 작은 섬나라와 심지어 기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도 비만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유행병처럼 전 세계에 급속하게 퍼져 건강을 위협하는 비만, 그렇다면 현대인은 왜 뚱뚱해졌을까?

진화생물학자들은 자연에 적응하고 살아남으려고 오랫동안 서서히 진화한 인체의 생리가 갑자기 변한 현대의 생활환경과 맞지 않아 발생한 ‘불일치’ 때문에 비만이 생겼다고 주장한다. 오랜 진화의 대부분 기간에 인류 조상은 수렵과 채집으로 먹을거리를 확보했다. 많이 먹고 훗날을 위해 남은 에너지를 지방으로 몸에 저장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한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사정이 달라졌다. 돈만 내면 바로 구입할 수 있는 먹을거리가 슈퍼마켓 진열대 위에 가득하고, 음식이 24시간 집 안에 항상 대기 중이다. 더는 비상시를 대비해 지방을 축적할 필요가 없지만 우리 몸은 여전히 여분의 지방을 저장한다. 몸의 진화가 환경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서다. 움직이지 않는 현대인 생활 방식도 높은 비만 유병률의 중요한 원인이다. 수백만 년간 들판을 뛰어다니며 사냥하고 곡식, 풀, 열매 등을 채집하려고 먼 거리를 걷던 인류가 자동차를 타고 다니고 온종일 앉아서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일하면서 남은 에너지가 비만으로 이어진다.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아 생기는 ‘습담’


한의학에서 비만은 ‘습담(濕痰)’이라고 하는 노폐물의 정체와 관련이 깊다. 음식물을 소화해 흡수하고 노폐물을 배설하는 대사 과정이 원활하지 못하면 조금만 먹어도 부피가 큰 노폐물이 쌓여 몸이 무겁고 피곤해지고 살은 잘 안 빠진다. 두통, 어지러움, 메스꺼움, 부종, 손발 저림 등을 자주 동반하기도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모든 비만한 자는 다 기허(氣虛)’라고 말한다.

 기계의 엔진이 약하면 불순물이 생기고 쌓여 고장이 나듯 우리 몸을 운용하는 장부의 기운이 허약하면 양질의 영양분 대신 노폐물인 습담이 정체해 체중이 증가하고 질병 위험이 커진다.

무조건 굶어서 살을 뺄 것이 아니라 기운을 보강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습담을 제거해 건강하게 적정 체중으로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 한방 비만 치료의 목표다. 체질에 따라 살이 찌는 이유와 비만 형태가 다르므로 스스로 체질을 잘 파악하고 적절한 전략을 세워야 체중을 효과적으로 감량할 수 있다.

태음인은 흔히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타고난 비만형 체질이다. 건장한 체격이라 섭취 열량을 최대한 줄이는 저칼로리 식단을 적극적으로 시행해도 몸에 별로 무리가 가지 않는다. 사교적이고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가 많아 ‘술과 안주 살’도 많이 찐다. 술자리를 가능한 한 피하고 운동하면서 땀으로 노폐물을 배출하면 몸이 가볍고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 

소음인은 소화기가 약해 많이 먹지 못하고 먹어도 살도 잘 안 찌는 체질이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화가 안 되는데도 폭식하며 군것질이나 단 음식 등 살찌는 음식을 편식하는 경향이 있다. 체력이 약하므로 무조건 굶기보다는 기운을 보강하여 몸의 대사 기능이 활발해지도록 돕는 것이 효율적인 다이어트 전략이다. 허벅지 등 하체에 살이 찌기 쉬운 체질이니 하체를 따뜻하게 해주고 걷기 등 가벼운 하체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소양인은 급하게 빨리 먹는 바람에 포만감을 느끼기도 전에 이미 과식하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습관을 들이고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자. 팔뚝 등 상체 비만이 생기기 쉬우니 어깨와 팔의 혈액순환을 돕는 스트레칭을 습관처럼 자주 하면 좋다.


난임, 성인병 등을 일으키는 주요 요인


비만은 외모보다는 건강의 문제다. 질병을 일으키는 위험인자를 꼽을 때 비만이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뚱뚱한 사람은 고혈압, 당뇨, 심장병, 뇌졸중 등 주요 성인병 발병 확률이 정상체중 사람에 비해 훨씬 높으며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등 암 발생위험도 높다.

또 비만은 생식 건강을 위협하며 건강한 임신을 방해한다. 비만이란 체지방의 과잉을 말하는데 지나치게 많은 체지방이 여성호르몬으로 전환하면 배란과 월경, 임신을 주관하는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 축의 호르몬 균형이 깨진다. 난소에서 여러 개 난포가 자라지만 성숙난포로 크지 못해 배란이 잘 안 되는 다낭성난소증후군이 호르몬 불균형의 대표적인 질병이다. 이때 적정 체중으로 감량해야 월경주기가 회복되고 임신도 가능하다.

비만 여성은 자궁의 수용성이 떨어져 배란이 되더라도 착상에 자주 실패한다. 스코틀랜드에서는 2013년부터 국민건강서비스(NHS)의 시험관시술 지원에서 비만 여성을 제외하는데, 정상 체중 여성보다 시험관 시술 성공률이 10% 낮기 때문이다. 비만 여성은 자연유산율이 높으며, 다행히 유산 위기를 넘기더라도 임신중독증이나 제왕절개로 출산할 가능성이 높다. 비만 상태에서 임신하면 아이가 선천성 기형, 특히 심장 기형을 가지고 태어날 위험이 증가한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비만도 건강한 임신을 방해한다. 비만 남성은 성욕이 떨어지고 성 기능장애 위험이 높다. 복부와 허벅지에 지방이 쌓이면 고환 주위 온도가 올라가고 열에 약한 정자가 손상될 위험이 높다. 또 프탈레이트나 비스페놀A 같은 내분비교란물질은 지용성이기 때문에 뚱뚱하고 지방이 많은 사람일수록 생식 독성의 해를 더욱 크게 입는다. 건강하지 않은 정자는 난자와 수정하더라도 불량 수정란을 만들어 초기 유산 위험을 높인다. ‘임신하면 어차피 살찌는데’ 또는 ‘남자가 무슨 상관이야’라며 무시할 것이 아니라 건강한 임신과 출산, 태아의 건강까지 생각한다면 남녀 모두 임신 전 적정체중 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평소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


살찔 위험은 항상 있지만 여성은 특히 출산 뒤와 갱년기 체중관리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 산후 비만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임신 중 체중이 지나치게 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태아의 성장과 산모의 건강을 고려했을 때 12-15kg 체중 증가가 적당하고 이미 과체중 상태에서 임신한 산모라면 10kg 정도로 제한하면 좋다. 출산 뒤는 원래 몸무게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체중조절점이 다시 맞춰지는 시기이므로 임신 중 늘어난 몸무게를 잘 감량한다면 요요현상 없이 적정 체중을 유지할 좋은 기회다. 무리한 식단 조절이나 과격한 운동으로 살을 빼기보다는 조리를 잘해야 산후비만이 생기지 않는다. 산후조리란 임신과 출산으로 변한 몸을 임신 전 상태로 회복하는 것이다. 산후조리를 잘해 신진대사와 노폐물 배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건강하게 체중을 감량할 수 있다.

또 갱년기가 지나면서 여성은 살이 쉽게 찌고 한 번 증가한 체중은 잘 빠지지도 않는다. 에스트로겐 분비가 감소하고 난포자극호르몬(FSH) 분비가 증가하는 등 여성호르몬이 변하면서 남성에게 골칫거리인 복부 비만이 갱년기 이후 여성에게 자주 나타난다. 중년 복부비만은 심장병 발병 위험을 높이고 척추와 골반,  무릎 관절 등에 무리를 주니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많이 먹는 것보다 잘못 먹는 것이 더 나쁘다


며칠씩 굶는 단식, 절반만 먹는 반식, 한 가지 음식만 먹는 원푸드 다이어트 등 여러 식단이 유행이다. 하지만 초 저열량 또는 한 가지 음식에 치우친 식단은 지속 가능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영양 불균형으로 건강을 해친다. 많이 먹는 것보다는 잘못 먹어서 살찌는 경우가 훨씬 흔하다. 아침과 점심을 거르고 저녁에 폭식하거나 밥은 안 먹고 빵과 군것질로 끼니를 때우면 몸만 상하고 살은 안 빠진다.

적게 먹는데도 살이 안 빠진다면 먹는 시간을 살펴보자. 인류는 본래 오랫동안 저녁에 열량 섭취를 하지 않는 삶을 살아와서 밤늦게 먹는 음식을 에너지로 전환해 몸에 비축하는 경향이 있다. 똑같은 열량 식단을 식사 시간만 달리하고 5주 뒤 체중 감량 효과를 비교한 최신 연구에서는 오후 3시 이전 하루 섭취 열량의 40%를 차지하는 메인 식사를 마친 그룹의 체중감량 효과가 훨씬 컸다.

살을 빼는 방법은 어찌 보면 간단하다. 섭취하는 열량을 줄이고 더 많은 열량을 소모하면 된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면서 열량을 소모하는 것이 좋다. 좀 더 적극적으로 체중을 줄이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 효율적 체중감량을 위해서는 운동할 때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힘들게 운동하고 나서 허기를 참지 못하고 많이 먹어 헛고생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운동 시간을 길게 하거나 운동 강도를 높이고 추운 곳보다는 따뜻한 장소에서 운동할 때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공복 호르몬(hunger hormone)인 그렐린(ghrelin) 분비가 감소해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다.

잠을 충분히 자야 살이 잘 빠진다. 시카고 대학 연구팀은 수면을 4시간 이하로 제한한 시기에 사탕, 초콜릿, 비스킷 등 살찌는 음식을 눈에 띄게 많이 섭취하는 현상을 발견했는데 고지방 음식에 기쁨을 느끼도록 하는 엔도카나비노이드(endocannabinoid 2-AG) 증가와 관련이 있다. 또 체중을 효과적으로 감량하기 위해서는 일단 ‘다이어트 중’이라는 소문을 내면 좋다. 스스로 강한 의지와 책임감을 보이면 가족이나 친구들이 옆에서 적극적으로 돕고 그만큼 성공할 확률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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