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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칼럼
사회적 질병, 스트레스 ‘화병’이 건강을 망친다<여성신문 1184호>
  • 관리자 /
  • 2012.05.02

<문현주 원장의 여성건강 365일>

http://www.womennews.co.kr/news/view.asp?num=53372


빛의 속도로 세상은 빨라지고 물질문명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전 세계의 뉴스를 듣고 원하는 정보를 얻습니다. 모르는 것은 친절한 인터넷에 물어보기만 하면 됩니다. 원하는 상품이 있다면 굳이 발품을 팔지 않고도 한 번의 클릭으로 집까지 배달됩니다. 은행 일도, 바쁜 일정 조정도 몇 개의 버튼만 누르면 바로 해결되는 세상입니다.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주범, 스트레스

그렇다면 그만큼 사람들의 삶은 여유로워졌을까요? 도서관에 꽂힌 책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며 정보를 찾고 손으로 일일이 문서를 작성하고 수정하며 편지 한 통 보내는데도 며칠씩 걸리던 과거에 비해서 말입니다. 당연히 첨단장비로 무장한 현대인의 일상은 훨씬 수월하고 편리해졌어야 하는데, 그렇게 남는 여가시간도 훨씬 늘어났어야 하는데, 어쩐 일인지 우리는 갈수록 바쁘고 시간이 없다고, 힘들다고 아우성입니다. 도대체 그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경쟁이 최우선시 되는 ‘성과사회’에서 현대인들은 남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일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거꾸로 올라가는 사람처럼 끊임없이 일하지 않으면 낙오할 것이라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쉼 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계속해서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달리는 사이, 문명의 발달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증가해 21세기 최대의 질병으로 자리잡은 것이 바로 ‘스트레스성 질환’입니다. 스트레스성 위염, 두통, 불면, 폭식, 여드름, 변비, 설사……. 일일이 이름을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스트레스성 질환이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여성 암의 85%가 화병과 관련

정서적으로 예민한 여성들의 경우 정신적 고통이 바로 신체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규칙적으로 하던 월경이 갑자기 불규칙해지거나 월경통이 심해지는 것도 바로 마음이 힘들다고 몸을 통해 나타내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화병(火病)’이라고 하는 독특한 질병이 있지요. 이는 가부장적 가치관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자신의 감정을 쉽게 표현하지 못하고, 얽히고설킨 가족관계 속에서 오랫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주로 나타납니다. 1996년 이후 ‘hwa-byung’이라는 이름의 문화관련 증후군으로 등록되어 있기도 합니다. 여성 암의 85%가 화병과 관련돼 있다고 하니 몸과 마음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분리할 수 없는 중요한 건강의 주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스트레스성 불임 치료에도 관심이 필요

또한 임신을 기다리는 난임 여성들의 경우 매 주기 임신을 기대했다가 월경의 시작과 함께 반복되는 실패와 좌절이 롤러코스트를 타는 듯한 감정의 기복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는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데요. 그런데 이렇게 받는 스트레스가 또한 기 소통을 방해하고 호르몬의 균형을 깨뜨리면서 임신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임신이 안 돼서 스트레스를 받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임신이 안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지요. 
최근 늘고 있는 ‘스트레스성 불임’의 의학적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명약이 있는데 바로 ‘TLC(Tender Loving Care)’, 즉 따뜻한 마음과 사랑이 담긴 보살핌입니다. 비단 불임뿐 아니라 아픔을 드러내고 나누고 이해 받고 지지 받는 것은 모든 스트레스성 질환 치료의 중요한 첫 출발이 될 것입니다.

스트레스가 심각한 질병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

한의학적으로 스트레스 질환은 주로 ‘간기울결(肝氣鬱結)’ 또는 ‘심화(心火)’의 범주에 속합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면 기운이 소통하지 못하고 꽉 막히며, 막힌 곳에서 열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스트레스 자체를 안 받게 하거나 풀어줄 수 있는 비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약이나 침 치료 등 한방치료를 통해 꽉 막힌 기운을 소통시켜주고 화를 식혀준다면 적어도 몸은 좀 더 편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스트레스성 질환이 심각한 질병으로 진행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꺼내 쓸 수 있는 ‘마법의 도구’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장 쉽게 할 수 있으면서 효과도 탁월한 것이 바로 ‘이완호흡’입니다.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슴은 두근거리고 온 몸의 근육이 긴장되곤 하는데요. 이 때 ‘아, 내가 지금 스트레스를 받고 있구나’ 알아차리고 바로 깊은 호흡을 시작하는 것이 긴장이완에 도움이 됩니다. 가슴으로 얕게 쉬는 호흡이 아니라 코를 통해 배 깊숙한 곳까지 천천히 숨을 들이 마셨다가 입으로 내쉬는 의식적인 복식호흡을 하는 것입니다. ‘숨을 들이쉴 때 평화와 안정이 들어오고 내쉬는 숨에 내 몸의 모든 불안과 긴장이 다 나간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편안히 호흡을 하게 되면 스트레스를 유발한 상황자체가 변하지는 않았어도 충분한 산소량을 확보하면서 몸은 이완되고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사회적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

‘스트레스성 질환’은 이제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이는 ‘내가 너무 예민해서’, ‘내가 너무 나약해서’ 따위로 발생하는 개인적인 질병이 아니라 잘못된 사회적 시스템의 결과로 인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유행병처럼 앓고 있는 ‘사회적 질병’임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성장과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개인의 자유와 여가를 송두리째 앗아간 성과사회의 무한질주를 이제는 잠시 멈추고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우리가 살고 싶은 사회, 행복한 사회는 어떠한 모습일지 함께 꿈꿔봐도 좋겠습니다.

개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이 국가에 의해 감시 받고 내 마음속 생각조차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화병은 늘어갑니다. 개인의 자유, 인권이 보장되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며 사회적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 바로 나의 건강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입니다.



1184호 [건강] (2012-05-02)